칼럼) '대화체'에 대한 고찰과 문학 개념어에 대해
저번달쯤 한 과외생이 메이저 재종의 국어 사설 모의고사를 들고 와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지에 '대화체'라는 개념어가 있더군요.
살짝 갸우뚱 했습니다.
첫째로는 '대화체'라는 단어가 시험지에서 굉장히 생소했고,
둘째로는, 후술하겠지만 '대화체'라는 단어가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화체'라는 단어는 평가원에서 총 3번 출제되었는데,
2013 6월 13번, 2009 6월 20번, 2006 9월 20번
이 셋이 그 선지들입니다.
수능에선 한 번도 나온적이 없으며
맞는 선지로 출제된 적도 없는데
그 이유는 '대화체'의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보는 선지 중
'말을 건네는 방식'과 '대화의 형식'이 있습니다.
이 둘은 확실히 구분됩니다.
'말을 건네는 방식'은 의인화된 청자, 그 자리에 없는 청자 등을 설정하며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홍진에 묻힌 분네 이 내 생애 어떠한고)
그냥 혼잣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대화의 형식'은 2014 9월 <매화사>에서 틀린 선지로 처리된 바와 같이
단순한 '말을 건네는 방식'을 보인 것만으로는 옳은 선지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럼 '대화'는 무엇일까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쌍방 간의 소통이 드러나야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 또는 의인화된 청자와는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이지요.
대화체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서술하는 문체.'라고 정리하므로
대화체는 대화라고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만...
그러나 이렇게 쉽게 정리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임재욱 교수님의 '가사와 시조에 활용된 대화체의 변천과 그 의미'에서는
문학에서의 '대화', '대화체'는
일상에서의 그것(즉, 사전적 의미)과는 분리되어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논문의 일부입니다.
대화의 개념을 넓은 의미로 사용할 경우에는 단일한 화자의 발언도 모두 대화로 규정할 수 있다. 모든 발언은 발언주체가 관계하는 사회적인 제반 조건의 영향 아래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겨냥하지 않은 독자적인 발언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곧 자아와 세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백에도 대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 화를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다루어야 할 대상 자료가 많아지고 논의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므로 본고에서는 대화를 좁은 의미, 즉 ‘둘 이상의 인물이 의사를 교환하는 형태의 화법’으로 규정하기로 한다
결국 내적 대화와 외적 대화로 문학에서의 '대화'를 구분할 때,
'대화체'는 '독백체'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독백체'가 '대화체'에 포함되었다고 보게 되는 것이지요.
위 논문에서는 내적 대화의 대화체만을 '대화체'로 규정하고 넘어가지만
실제로 문학적으로 '독백체'는 '대화체'인가요? 라고 물었을때
아니라고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사가>와 <임천별곡>을 중심으로 본 조선후기 대화체 가사의 특수성'
등의 논문에서는 대화와 독백을 대비하여 분석하지만,
둘 이상의 화자가 등장하는 특이한 시조를
편의상 '대화체'로 설명한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논문들에서도 '독백'을 '대화'로 구분한 것들이 종종 보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대화체'라는 단어는 수능에 나오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화의 형식' 역시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기출에 여러 번 출제되었으므로 기출에 나타난 용례에 따라 대비합시다)
6월 9월 모의고사에는 다소 애매한 선지가 간혹 출제되나
이의제기에 민감한 수능에는 출제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이전 세 번의 출제, 그마저도 2013년이 제일 마지막인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을듯 합니다.
둘째로는, 제가 이래서 사설 모의고사를 안 좋아합니다.
워딩이나 서술 등에서 평가원과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설 문학은 그냥 EBS 연계를 가볍게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가야지
사설을 통해 기준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해보입니다.
문제를 풀 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칼럼이지만
문학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힌트를 드릴 듯 하여 적어봅니다.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주시고
서술상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피드백해주세요!
좋아요 팔로우 감사합니다 ㅎㅎ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멈춰요 0
-
고기 있으면 정은이꺼 고기 없으면 따까리들꺼
-
ㅅㅂ 살살할걸
-
삘리 수능판 뜨자
-
뉴비라 모르시는 분 많은듯 그…래도 한 분 정도는 아시지 않을까
-
신고 되나요? 제 글에서 분명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ㅎㅎ
-
실패하면 교사 성공하면 한의사
-
아이민 6
1300000 ㄲㅂ
-
음지메가는 그럼 어딧는거죠 ㄹㅇㅋㅋ엌ㅋㅋ
-
6평 (수능)을 볼때 도움이 되려고 글 씀 개인적인 생각도 들어갔으니 반박시 님들이...
-
그냥 기출이나 다시 보는게 낫나
-
독재에서 상담할 때 나는 늦게 시작했다보니 6모에 연연하지 말고 동향을 파악하는...
-
또 풍선? 4
아니 정은이 생파하고 남는거 띄우는건가 왜 자꾸 이래
-
나만아는 신입강사 시니컬 햄스터였는데 어느덧 메이저 1타가 되버렷어.. 옛날맛이...
-
ㅈㄱㄴ
-
오물풍선은 뭐냐 5
에효
-
고쟁이로 입문해서 정석 기본편 핥쨕하고 자이 깔짝깔짝 보는데 완주는 못함 수특은...
-
메가패스 있어서 메가에서만.. 둘다 배워본 경험은 있다만 많이 까먹은 상태라...
-
양지메가 0
의대반 약대반 자연통합반 차이가 먼가용 … 반수반 들어가려는데 분위기 차이일까요 ??
-
ㄴㅇㄴㅁ
-
접수 7월중이라고 아는데 6월 30일자 토익 보면 너무 촉박할까요... (성적발표 7/9)
-
정도 가는성적임?
-
ㅠㅠㅠ
-
질문 있습니다 2
광역자사고 2.9 정도면 서울대 내신평가 어떻게 받을까요? BB?
-
고12때는 그래도 2-3등급 나왔는데 고3 올라오니 3-4등급 나옵니다 3모 1점...
-
다인자/복대립 가계도, 돌연변이 가계도, 비분리 세포매칭 얘네는 시험에 몇문제나...
-
당신이 팔로우를 해야 하는 이유 1. 서로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위해...
-
대 승 리
-
작수 99 99 3 1 1 레츠고
-
인생을 살아가는데 탄수화물은 번식행위고 지방이 돈 부동산이라면 단백질은 꿈과희망...
-
반수 결심했다가도 작년에 너무 힘들었어서 다시 수능판으로 돌아가는게 너무너무...
-
엄..소연 0
엄소연쌤 파이널부터 미적반이랑 공통반 자료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
배민, 7월1일부터 ‘포장 수수료’ 부과…“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 1
“배달비 아끼려 포장 주문하는 손님들 많은데, 앞으론 포장수수료까지 내야...
-
결국 폰이 문제인듯
-
국어랑 영어는 기말 준비할 때 어찌저찌 도움이 된다 쳐도 수학은 따로 시간을 내기가...
-
문과기준 8
13111이면 어디쯤 가나염... 높은 3이면 ㅎ
-
어차피 놀 거면.. 게임해도 되지 않을까
-
BX가서 살것 0
치약
-
키위까지 끌고 온 것이냐 으아아ㅏㅏ아악
-
술 약해졌나 1
생맥주 2잔먹고 알딸딸하네
-
진지하게 나도 금연하고 싶은데 어케 해야 됨 수험생활 중에는 무리인가 핀지는...
-
수시와 정시 0
난이도 조절 개폭망한 중간고사 교무실에는 비상이 걸리고 가뜩이나 개같은 수행평가들이...
-
https://orbi.kr/00055206215 22년 글이지만, 한국사의 기조가...
-
온세상이 기만이다 14
나 같은 사람은 어찌 살라고
-
3모 백분위 94 5모 백분위 98(찍맞없으면 96) 한거:4규시즌1 드리블...
-
의대생한테 1
내 카데바는 니꺼다하면 그린라이트임?
-
강대k 질문 0
현재 시대인재 단과(현강)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시대인재 단과를 다니다보니...
-
안녕하세요. 군대 전역하고 거의 처음으로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수특 작품들을...
음... 제가 출제진이라면 '대회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네요ㅎㅎ
상훈t도이렇게말씀하셨던거같네요
좋아요누르고갑니다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결론 안 나올 확률이 높다
무슨 교재인가용?
김상훈t 문학 개념 매뉴얼 입니다
제가 최초로 지적한건줄 알았는데... 역시 뛰어난 선발 주자 분들이 많네요 ㅎㅎ;
말을 건네는 방식 혹은 보다 명확한 '구체적 청자 명시'로 출제될 확률이 높으니 대화체와 독백체 구별, 혹은 대화체에 대한 깊은 이해에 학생들이 힘 쏟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
공감합니다ㅎㅎ
ㄱㅇㅇT도 이거 강조하던데ㅋㅋ
내가 최촌줄 ㅠㅜ
ㅇㅇㅇㅇ 이거 1월부커 엄청 강조하심ㅋㅋㅋㅋㄹㅇ 한 4번 넘게 들은 것 같음
많이 논란이 있던 개념이죠. 결국은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대체되어 출제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여태까지 기출을 보면, '청자'가 있으면 대화체, 없으면 '독백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접근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교육청모의고사에 대화체라는 개념어가 사용되고 있거든요
교육청 국어 문학과 사탐 생윤은 문제가 많아보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