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능 국어 학습의 방향성 (1)
전편을 먼저 읽고 오시길 권장드립니다.
전편) [칼럼] 수능 국어에 대한 고찰 : https://orbi.kr/00066560304
1. 인트로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칼럼에서 다루지 못했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수능 국어 과목이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허무하게도 국어 시험지에 나와있습니다. 바로 공통 과목에 해당하는 모든 지문 위에 붙어있는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입니다. 즉, 우리가 국어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주어진 글을 '잘' 읽고, 묻는 물음에 '잘' 대답하면 됩니다. 정말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국어 실력으로 인해 고민을 갖고 있는 학생에게 "야, 너 국어 잘하고 싶어? 그러면 글을 잘 읽고 물음에 잘 답해" 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고 추상적인 답변입니다. 우리가 그걸 몰라서 국어를 못하는게 아니잖아요?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는 고민의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뭐가 더 있냐? 칼럼 쓰는 너에게 특별한 비책 같은게 존재 하는거냐? 너가 그 사교육 카르텔이냐? 라고 물어보실 수도 있는데요.
아뇨, 그런거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국어 시험지에서 인용한 저 문장은 진리거든요. 진리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진리인겁니다.
저는 무언가 '스킬'이라거나 '꼼수'같은건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을겁니다. 제가 이번 글에서 할 이야기는 저 하나의 문장이 전부입니다.
다만, 하나의 진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봅시다.
2. 글을 잘 읽는다는 것
한번 생각해봅시다. 글을 '잘' 읽으라는데, 글을 '잘' 읽는다는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주제 잡기, 어휘력, 이해력을 비롯한 기본적인 능력을 배제한다는 전제하에, 필자인 제가 생각하는 글을 '잘' 읽는다는건 다음과 같습니다.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추어 읽는 것.
예시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의 눈 앞에 3개의 글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해리 포터 / 정치권 헤드라인 기사 / 물리학 논문입니다.
해리 포터는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나요? 그래요. 대중, 정확히는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그렇다면 해리 포터를 잘 읽는다는건, 그 이야기에 푹 빠지고 몰입하며 시간 가는줄 모른채 재미있게 읽으면 해리 포터를 잘 읽는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정치권 헤드라인 기사는 어떤가요? 화제가 되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그러므로 기사를 잘 읽는다는건 기자가 전달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추가로 팩트 체크를 하는 정도라면 기사를 잘 읽는다고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논문은 저자가 관찰하고 연구한 사실을 바탕으로 근거를 들어 새롭게 발견한 결과를 발표하거나,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독자인 우리는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 인과관계를 비롯한 주장/결과의 타당성을 따지며 읽으면 논문을 잘 읽는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3가지는 똑같이 '글'이지만, 그 목적이 다르기에 그것을 '잘' 읽는 기준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해리 포터를 기사 읽듯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팩트 체크를 하며 읽는다거나, 논문을 논리적 타당성은 다소 뒤로 한채로 이야기에 푹 빠져서 감상한다면 그것은 그 글을 잘 읽는다고 할 수 없을겁니다.
자 그러면, 우리의 관심사인 국어 지문은 어떤가요?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나요? 문학 작품이라면, 어떤 목적으로 선택되었나요?
학생들의 지식을 함양하고, 교육학적인 목적을 따져서 등등등... 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앞서는건
"문제를 내기 위해서"
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것이, 이것은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출제의 원리와 매뉴얼이 존재해야하고, 그렇기에 매년 출제진은 바뀌지만 평가원의 근본적인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겁니다.
자, 우리는 핵심에 한발자국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같은 논리 구조로 접근합시다.
글을 잘 읽는다는건, 그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춰서 읽는겁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내기 위한 글인 국어 지문을 잘 읽는다는건 무엇일까요?
"문제에 나올 부분을 최대한 이해하고, 정리하며 읽는 것" 아닐까요?
문제에 나올 부분을 어떻게 아냐구요? 당연히 다 알지는 못합니다. 허나 적어도 "아, 이 부분은 어느정도의 사이즈일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에서 무조건 다루겠다"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시험이고 출제 매뉴얼이 존재하며, 애초에 문제내려고 쓰여진 글이란걸 간과하시면 안됩니다.
인문 지문에서 학자 여러명을 나열하고, 그들의 사상간의 차이점을 서술합니다. 왜일까요? 그 차이를 집요하게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법 지문에서 원칙을 서술하고, 사례를 들어주며 예외 사항을 설명합니다. 왜일까요? 그 사례를 활용하여 예외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과학 지문에서 여러가지 요소들의 비례 관계를 친절하게 서술합니다. 왜일까요? 그것들의 비례 관계를 물어보기 위함일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문제 내려고 쓰여진 글입니다. 시험이기에 출제 매뉴얼이 존재합니다. 평가원이기에 학생들을 평가하고자 하는 항목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국어에서 그렇게도 강조되는 기출 분석의 의의는 평가원이 평가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를 학습하고, 그것이 반복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며, 이러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인 겁니다.
이것이 국어 학습의 방향성입니다.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기에 그것들을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인겁니다.
더불어, 저는 물음에 '잘' 답하는 법에 대해 서술하지 않을겁니다. 지문과 문제는 따로 노는것이 아닙니다.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은 문제에서도 중요하고, 문제에서 중요하기에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1. 글을 잘 읽는다는건 글이 쓰여진 목적에 맞추어 읽는거라고 했습니다.
2. 그렇기에, 문제를 내려고 쓰여진 수능 지문을 잘 읽는다는건 문제에서 물어볼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고 정리하며 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에서 물어볼 내용은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기에, 기출 분석이 잘 되었다면 이것을 예상하는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3. 따라서 국어 학습의 방향성은, 기출 학습을 통해 평가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와 그것이 기출을 통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인겁니다.
4. 추가로, 기본적인 어휘력과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하며, 모든 글에서 동일하게 요구하는 '주제'를 잡는 능력 역시 기반이 되어야합니다.
글을 읽는 과정을 나뭇가지처럼 생각해주세요. 그 글의 주제를 중심으로, 지문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곁가지로 정리하며 가져가는겁니다.
3. 마무리
이해력에 비중을 많이 두시는 분이라면 저의 의견이 다소 불편하셨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흔히 말하는 구조 독해를 하자고 주장하는게 아닙니다. 또한 이것은 스킬이 아닙니다. 기출 분석을 열심히 하신 분이라면 이만큼 명시적이진 않을지언정, 무의식 속에서라도 감으로써 학습되셨을 부분입니다.
추가로, 이 글에서 적은건 국어에서 요구하는 '모든' 능력이 아닙니다. 국어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이해해주시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다음 글에선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하여 국어 학습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길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 너무 졸려 0
-
제 전투력은 얼마인가요?
-
상자가 다 커서 성체가 되면 상자성체니까 자석에 붙게 되는거 아닌가요? ????
-
다른 분들 보면 12 다음에 0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드문듯ㅋㅋㅋㅋㅋ 나 개씹딸피였구나
-
현역 3 재수 3인데 빅포텐 시즌1, 이해원 n제 시즌1 중 고민중인데 어떤게 나을까요
-
N제 ㅊㅊ좀 4
미적 3월 1등급 백분위 98 5월 2등급 백분위 90 4규하고있는데 다 끝내면 뭐...
-
수학이랑 사탐 아예 손도 안 대봄 국어랑 영어는 기초 강의듣고 풀었더니 국4 영4...
-
초창기 오르비 14
캬 사실 극 초창기는 아님 2010년 게시글
-
국어 94 (수필 -1 현대 소설 -1 현대시 -1) 현대소설 읽다가 뇌정지옴...
-
강의는 안들어도 유튜브 영상 보면서 도움 많이 됐는데 무슨 논란 터진건가요?
-
뭐냐
-
??
-
현역 화미물화 13143 재수 언미물화 12124 화학 버리고 사탐런 박을 것 같음...
-
경제 버리고 바꾸려는데, 경제한테 크게 데여서, 암기과목 골라서 그냥 꾸준히...
-
찍맞은 제외하고 말하는거죠? 소거 말고 진짜 순수 찍기요
-
부모님 직업이 어떤 직종일까요? 용돈도 많이 받고 해외여행 자주 다니는 학생들이요
-
와 지민아 0
ㄷㄷ하다
-
학점이 낮으면 5
최소한 사유라도 말해라. 최소한 참작은 되겠지만 불리한 건 여전하겠지만. 그런데...
-
혼밥하러 갔는데 0
2인 이상은 시발 그래서 걍 편의점 가서 김밥 먹음
-
“집에 왔는데 생판 모르는 남자가 알몸으로”...이웃집서 ‘음란행위’하다 걸린 30대 13
이웃 주민이 분실한 아파트 마스터키로 그 집에 몰래 들어가 나체 상태로 자위행위를...
-
마플 3권 수기총 다풀기 ㄱㄴ? 도전해본다 이미기출 3번 봄
-
내가 무슨 공부 조언하고 훈수둘만한 실력은 절대 아니지만.. 공부 방향 점검하시려는...
-
수학 기출 할때 어느정도로 해애 N제 건들만 하죠 11
문제 보자마자 풀이과정 다 쓰게끔 해야 들어갈만 한가요 이러다가 기출만 보고 수능칠거같음
-
(기억나는 거 다 써봐서 장문 주의) (1단계: 주변 사람한테 추천할 수 있음)...
-
스샷 찍어서 올리는게 편하긴하네
-
나 인기 없나 1
따흑 나도 너네랑 놀고 싶단 말야
-
몇년새에 왜이리 됨?
-
TTPD 0
많이 들어주세요
-
1,2학년까지 총 내신 2.7이고 3학년 1학기 내신 4점대~5점대 나올 것...
-
1
-
저녁 2
배불러
-
“화장실 못 가게 하고 가수 조롱? 사실 아냐” 한양대 측, 축제 갑질 논란 반박 1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축제에서 그룹 세븐틴 유닛 ‘부석순’ 팬들을 상대로 갑질을...
-
그게 그렇게 어렵다던데
-
다보탑은 있는데 설마 이게 없겠어
-
님들 수학 문제풀이 속도가 느린건 어떤점을 고치는게 좋을까요? 5
기출이든 뭐든 뭔가 효율이 너무 안 나오는 느낌 잡는 시간에 비해 푸는 갯수도...
-
좀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궁금해요. 이제 공부한지 2주 정도 되어서
-
이제야 알았으메
-
신생아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린 3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1일...
-
월클찍기 개힘들다 판수치기로 ㅅㅅ
-
언미지사 7
언매 1등급 턱걸이 미적분 3등급 중반 영어 1 사문, 지구 만점이면 연대 경영 뚫을 수 있나요
-
제발.... 이감 문학에서 시간 다 쓰고 한 두개 정도 틀리는 대신 비문학에서 4개...
-
왜 띵학꺼 샀지
-
고3때도 거의 안했고 지금도 마더텅 좀 끄적대다가 유기중인데 다들 영어에 시간 얼마나 쓰시나요
-
Density matrix는 자기 자신과의 Dyadic product
-
I was supposed to be sent away. 5
But they forgot to come and get me
-
고3때 323이였는데 요새 1 자주 뜨는데 이게 오른건지 아닌지...
-
어떡하나요
-
팩폭이든 극F든 답좀 푸탁드려요 찍신 포함이면 70점 제외하면 67점이에요 ㅠㅠㅠ
-
ㅋㅋㅋㅋ몸이 이러니 여돌들한테 그렇게 열폭을 한거였군
정성추
감삼다